솔직히 기대 안 하고 깠습니다. 단지 힙 플라스크가 이뻐서 샀는데 맛은 평타만 쳐도 좋단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에 스치는 과실향에 깜짝 놀랐습니다. 서양배 향이라고 하던가? 내가 매일같이 노래부르던 글랜피딕12년의 청사과향이 훅 나서 이 가격에 이 향이라니 사기 아니냐 하고 입에 한입 넣고 다시 맡으려니 알콜부즈만 남고 과실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제까지 맡은게 거짓말 같아 계속 찾아 흔들고 불고 다시 맡아 봤지만 알콜부즈 속에 살풋 느껴지지만 나오지 않는게 내가 잘못 맡은건가? 싶어 한방울 손에 찍어 문질러 보니 우디 수준이 아닌 목재 냄새가 났습니다. 이제껏 먹었던 위스키들은 꿀 아니면 곡물향과 함께 나무냄새가 났는데 이건 그냥 목재냄새가 났습니다. 물 한두방울 넣으면 좀 올라오려나 했는데 큰 변화가 없어 한입 털어 넣고 다시 한잔 따르니 또 살풋 과실향이 나는데 그냥 모든걸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찾는게 아니라 오길 바라면서 한잔 두잔 데일리로 기울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콜 부즈가 없는건 아닌데 먹기 힘든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뭐랄까...난 술이다! 하는 맛인데 증류식 소주와 비싼 사케에 나는 효모 특유의 냄새가 빠진 것 같달까? 아니 데일리 위스키로 조니블랙 혹은 블랙보틀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아일라 특유의 향이나 스모키함이 거북시럽다 하는 분들이라면 좋아할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점이라면 블랜디드 일텐데 알콜부즈 때문에 향이 단조롭다 느껴졌습니다.
맛은 일단 깔끔합니다. 버번 처럼 빡 오는 달달함은 없는데 적당히 달달허고 우디한데 그 맛이 오래도록 빡 하고 남기보단 생각보다 선선히 지나갑니다. 굳이 안주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가볍고 후레쉬 한데 우디한 향과 입안에 감도는 미묘한 스파이시함이 거북스럽다 느끼기 전에 입에 자연스레 나오는 타액만으로도 가라앉습니다. 어디서나 어울리고 가성비 좋을 위스키. 이미지 때문에 선물론 못 줄지라도 앞으로도 종종 먹을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성비 추천할만 하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