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셔본 위스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한 병을 꼽으라면 단연 레드브레스트 15년이다. 평소 너무 달거나 지나치게 오크의 존재감이 강한 위스키보다는 균형감 있는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레드브레스트 15년은 그런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첫 향에서는 은은한 꿀 향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니라 잘 익은 과일과 함께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꿀의 느낌이다. 뒤이어 건포도, 말린 살구 같은 드라이 프루트 계열의 향이 올라오고, 약간의 견과류와 바닐라, 그리고 아일랜드 위스키 특유의 깔끔함이 느껴진다. 향 자체가 화려하게 폭발하기보다는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농축되어 있는 인상이다.
입안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부드럽다. 46%의 도수가 주는 존재감은 분명 있지만 알코올의 자극이 튀지 않고 전체적인 풍미를 단단하게 받쳐준다. 꿀, 몰트, 잘 익은 과일의 단맛이 중심을 잡고 있으며, 오크는 과하지 않게 뒤에서 균형을 맞춰준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질감이다. 최근 유행하는 셰리 폭탄 스타일처럼 무겁고 꾸덕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흘러가는 스타일도 아니다. 맑고 깨끗한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향과 맛은 충분히 농축되어 있어 한 모금 한 모금의 만족감이 높다.
피니시 역시 상당히 훌륭하다. 달콤한 꿀과 과일 향이 천천히 사라지며 은은한 스파이스와 오크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존재감 있는 마무리 덕분에 잔을 내려놓은 뒤에도 계속 향을 음미하게 된다.
레드브레스트 15년은 화려한 개성을 앞세우는 위스키라기보다는 완성도 높은 균형감을 보여주는 위스키라고 생각한다. 달콤함, 부드러움, 풍부한 향, 적당한 도수감이 매우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점수 8.3/10
공** 님